2016년 3월 12일 토요일

드래곤볼 깊이 읽기 | 옮긴이 후기, 코멘터리 - 0.


 안녕하십니까!
<<드래곤볼 깊이 읽기>>의 번역자 입니다.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어 보시고, 번역자 후기란을 보면서 이건 뭐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링크까지 오신 분이 과연 얼마나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거 역자 후기가 분량 얼마나 된다고 귀찮게 여기까지 오게 만드냐, 대충 책에서 다 끝내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번역자 후기를 책에 싣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짧게 줄여서 가장 큰 이유 하나면 대자면, 번역자가 출판사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의 번역 후기를 보면, 가벼운 후기의 경우는 번역자의 신변잡기가 쓰여 있기도 하고, 살짝 무거운 후기는 그 책에 대한 상찬으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소한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할 때는 번역자 후기가 작품 감상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편집자들은 번역 후기에서 긁어와 보도자료를 꾸미기도 하지요. 서점에서 뒤에 있는 번역 후기부터 읽고 그 책을 구입할지 말지 결정하는 독자도 상당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바람직한 후기의 경우, 예를 들어 소설 같은 경우는 작가론을 펼치기도 하고, 집필 당시의 사회상을 소개하기도 하며, 해외 작품의 경우 출간이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 책이 다루는 원전 콘텐츠인 드래곤볼은 뭐... 말이 필요한가요. 드래곤볼의 위대함이야 현대인의 기본 상식 아닌가요;;;
 
그런데 이 책의 번역자는 이 책의 편집자이면서 이 책을 낸 출판사의 사장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무슨 말을 하든 다 책 팔아먹자고 하는 수작으로 밖에 안 들려서 (번역 하느라 고생했다 = 많이 좀 사주세요 / 드래곤볼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 그러니까 많이 좀 사주세요 / 이 책 저자의 치밀함과 박식함에 또 한 번 놀랐다 = 정말 좋은 책이니 많이 좀 사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에 책에서 빼버렸습니다.
 
(이 부분은 뻘글입니다만편집자 입장에서 번역자 후기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출판물 인쇄는 프린터와 다릅니다. 46전지 내지는 국전지라는 큰 사이즈의 종이에 플레이트, ps판 또는 소부판과 블랭킷을 사용해 인쇄를 하고 그걸 접어서 붙이고 오래조래 하다보면 책이 나오는데,이 책의 경우 국판 사이즈라 국전지에 인쇄를 합니다. 국전지라는 636 x 939mm 사이즈의 종이에 이 책의 경우 16쪽이 들어갑니다. 종이는 앞뒤로 인쇄가 되니 국전지 1장이 32p인 셈이죠. 이걸 대수라고 하는데(정확하게는 1A, 1B로 앞 뒷면을 구별합니다만), 책을 만들 때는 32의 배수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로스(손실율) 같은 이유도 있고, 제본할 때 견고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돈땡이라고 해서 16의 배수, 8의 배수, 4의 배수까지 떨어지기도 하는데, 전문적인 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으실 테고...이 배수가 맞지 않을 때 편집자는 번역자에게 ??p 분량으로 써주세요, 라고 미리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펜이었나, 키노였나... 엄청난 분량의 작가 후기가 들어갔던 적이 있지요.) 그 분량만큼 비용이 지불되니 서로 손해는 아닙니다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책의 편집자 = 번역자라 그런 압박을 가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번역 후기 넣을 공간 있으면 인덱스나 집어넣어. 찾아보기 있으면 편하잖아. 인덱스 만드느라 니가 이틀만 고생하면 전국민이 편해져...”라고 번역자는 편집자에게 말합니다.
 
각설하고,
저는 DVD라는 매체가 처음 나왔을 때 엄청 기뻐했습니다. 이유는 스페셜 피처로 수록되어 있는 감독, 스태프들의 코멘터리 때문인데요. 예전부터 인터뷰 읽기를 좋아했던 성향이라, 콘텐츠 창작의 비결이나 현장을 엿보는 느낌으로 종종 챙겨봤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도 코멘터리 좋아하시는 분이 분명 있겠지요.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 감상한 영화를, 만든 사람이 옆에서 장면 하나하나를 설명해주는 느낌!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는데, 만든 사람은 이런 의도였구나. 이 신은 연출 의도가 안 살았네, 나라면 이렇게 했겠다, 같은 평소 잘 안 쓰는 뇌세포까지 자극을 받기에 제 직업(출판편집자)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번 번역 후기를 코멘터리 방식으로 써보려 합니다. 특히 초기 한국영화 DVD 코멘터리 느낌으로 진행하려고요. 코멘터리 녹화 중 담배 피고, 전화 받고, 차 빼러 나갔다오고... 그런 자유/방종한 분위기에 흥미 있으신 분들만 읽어주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앞의 (뻘글)처럼 이 코멘터리는 번역자의 입장과 편집자의 입장, 사장(제작자)의 입장이 상충되어서 보이는 글이 될 겁니다. 셀프 디스가 난무하고(편집자가 번역자를 까고, 번역자는 사장을 까는...), 차마 책에 담지 못할 온갖 삐~한 느낌의 글 말이죠. 딱히 책처럼 각 잡고 얘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교정교열을 3, 4교까지 보고 포스팅하지도 않고, 그냥 휘뚜루마뚜루 써서 공개될 지도 모릅니다. 비속어도 난무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여기는 출판사 공식 페이지잖아;;;)
 
p.s : 악플은 젠틀하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거 우리 모두 알고 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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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1. 역대급이군요. 번역자, 편집자, 제작자의 역량으로 작성한 스페셜 피처형 번역후기라니...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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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옮긴이 후기"도 다 읽아보게 되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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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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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이책을 엄청 많이 읽었고 책에 대한 토론도 진행했었는데 번역자 후기(라 쓰고 사장님 후기라 읽는다)를 지금에야 알게 되었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귀중한 책입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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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창업을 결심하게끔 만든, 애착이 많은 책입니다. 저희 책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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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드래곤볼 깊이읽기 구할 수 없을까요? 전자책이라도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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